경제금융용어 (지주회사, 순환출자, 가공자본)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주회사, 순환출자, 가공자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경제금융용어 (지주회사, 순환출자, 가공자본)
먼저 순환 출자입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창업 당시의 사업 이외에 여러 가지 사업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 합병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재벌들은 이런 방식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사업의 규모가 크고 다양해지면 오너의 그룹 내 지배력이 약해집니다. 오너 개인이 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금을 혼자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식을 발행하게 되고 '주식회사' 형태가 되는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오너가 아닌 다른 투자자가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회사의 경영권을 가로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 오너들은 이를 순환 출자 구조로 극복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재벌 그룹은 이러한 지배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물론 지금도 이러한 지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많습니다). 순환출자는 쉽게 말해 A사가 B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B사가 C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나아가 C사가 A사의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오너가 A사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만 보유해도 3개사 모두를 지배할 수 있게 돼 실제 갖고 있는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은 가공자본입니다. 순환출자는 '가공자본'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마치 은행의 '지불준비율'과 같이 자기 자본을 무한 증식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나면 은행의 지급준비율은 실제 유통이 가능한 현금을 만들어내지만 가공자본은 장부상으로만 자본금이 늘어난 것으로 표시돼 실제 자산가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발표되는 자료를 믿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공자본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설명하면 제가 100만 원을 투자해 A회사를 설립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A사의 자본금은 제가 투자한 100만 원입니다. 이 중 50만 원을 내서 새 회사인 B를 설립했고, A사는 투자한 50만 원의 대가로 B사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내가 B사에 50만 원을 출자했음에도 불구하고 A사의 장부에는 최초 투자금 100만 원이 그대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왜냐하면 B사에 출자한 금액만큼 B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B사는 새로 50만 원의 자본금이 생겨납니다. 제가 투자한 돈은 100만 원뿐이지만 두 회사의 자본금을 합한 금액이 150만 원이 됐으므로 차액 50만 원은 가공 자본금이 됩니다. 이처럼 여러 계열사별로 순환 출자를 하면 가공자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가공자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가공자본 자체가 담보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고 하는 겁니다. 은행은 제가 가지고 있는 A, B 두 회사의 자본금이 150만 원이므로 150만 원까지 빌려 줍니다. 그런데 실제로 제 자본금은 100만 원밖에 없습니다. '가공 자본금' 50만 원은 장부상으로만 기재되었기 때문입니다.
순환출자의 명과 암
순환출자는 각 계열사별로 서로 묶여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계열사 간 기술 체납이나 업무협약이 가능합니다. 또한 자금 투자가 용이하고 계열사 간 결속을 통해 적대적 M&A를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마음으로 서로를 밀어내고 끌어당기며 외부의 적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요새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는 주로 계열사 간 밀어주기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도록 하고 그룹 총수 지배를 위한 변칙적인 지배 수단으로 사용돼 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안한 구조 때문에 한 회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계열사까지 위기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IMF 외환위기 당시 많은 대기업이 도산했고, 이후에도 여러 대기업이 부실 계열사 문제로 부도를 내 매각 등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지주회사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 허가된 제도는 "지주회사(Holding Company)"입니다. '~홀딩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주회 사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그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실제로 지주회사 제도도 지주회사가 모든 자회사를 소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순환출자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하에서는 계열사 간의 출자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한 회사가 위험해져도 다른 회사는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전체 기업구조가 단순해져 부실 회사를 정리하기 쉽고 대주주들이 누구인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경영을 더욱 투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지분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따로 지분을 매각하기 쉽고 구입도 용이합니다. 지주회 사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순수 지주회사와 사업자 지주회사가 있습니다. 순수 지주 회사는 일반적인 기업이 실시하는 제조, 판매와 같은 활동을 하지 않고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자회사를 관리하는 역할만 하면 자회사에서 발생하는 실적의 일부가 배당됩니다. 사업자 지주회 사는 일반적인 기업이 실시하는 생산 활동과 자회사 관리를 동시에 실시합니다.
구글과 LG
재벌 경영체제는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정경유착으로 폭리를 취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순환출자는 당초의 이상과 달리 오너의 경영권 지배 수단으로 변질됐고, 계열사 간 뒤엉킨 출자구조는 각 계열사의 이해관계와 오너의 경영능력에 따라 양날의 칼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거대한 규모를 급속도로 바꾸고 있습니다. 구글의 예를 봐도 다양한 사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했고 GE도 지주회사로 전환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LG가 처음으로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했고 이후 GS, SK, 한화, CJ 같은 대기업도 성공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지주회사 전환은 미국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다단계 지주회사,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재벌가 재산 확대, 새로운 형태의 재벌이 지배구조라는 논쟁이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은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주회사 전환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기 때문에 섣불리 시도하기 어려운 기업도 사정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투명한 경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향후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침몰한 수많은 거대 기업들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한국의 기업들은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미워도 괴로워도 우리나라 기업이니까 말입니다.